목록☁︎ ˚₊· (14)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무심하고 생각보다 더 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걸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너도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다 자신의 자아만 제일 중요한가 봐 어떻게 남의 행복을 가만히 지켜보며 바랄 수가 없는 건지 남이 되어서 어두운 감정만 남으면 어떻게 그토록 이기적인지 내가 사람들과 너 그리고 우리를 생각하고 신경 쓰고 배려해 주는 것보다 그들과 너 그리고 우리는 나로 인한 일방적인 방향만 존재했던 게 아닐까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 나는 스트레스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지고 몸과 마음이 아프면 손이 너무 많이 까지고 간지럽다 간지러워서 긁으면 덧나고 건조해지고 다시 또 반복
비가 내리는 날이 왜 좋냐면 비가 무언가를 씻겨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씻겨 주니까 그런 날에는 내 기분이 더 가벼워지고 좋은가 싶다 모든 말에 기호가 붙으면 의미가 달라지는 것처럼 누가,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말했냐에 따라서 말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있다 게다가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존재인지에 따라서도 잘 지내냐는 말 뒤에 마침표가 붙으면 정말 그 사이의 마침표인 것처럼 달라지고 잘 지내 뒤에 물음표가 붙으면 기본적인 안부 인사인지, 아니면 다시 마주한 사이에서 주고받는 첫 마디인지는 또 달라질 수도 있다 모든 것에 있어서 말의 의미는 너무나도 다양하게 달라진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존재로, 그 말의 어떤 의미로 들리는 말로 전달이 될까
⠀ ⠀나중에는 정작 내가 정말 사랑했던 것들을 사랑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무섭다. ⠀나는 기억력이 그 이상으로 좋다. 꽤 좋아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종종 머릿속에 남고, 불현듯 스치기도 하고 의미 없는 날짜가 내 기억력에 의해 의미 있게 되어 의식하게 됐던 날들도 있었다. 잦았고, 또 자주 그랬다.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 취향, 습관, 버릇, 말투까지. 그리고 심지어 사소한 일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기억하게 돼서 어쩌면 내 메모장과 머릿속 한구석에는 그 사람들의 정보로 나열되어 있다. 실은 이게 내가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소신이고 방식이라 생각해서 메모를 자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잊고 싶은 기억과 날짜가 있어도 이 기억력은 자기 멋대로 지독해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 다행히 ..
⠀며칠 전 익숙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낯설지도 않은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오랜만에 들었다. 사랑해라는 그 세 글자에 다른 의미가 담긴 사랑이 아니라, 정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말 그대로의 의미를 전달하려는 사랑의 느낌. 내가 받은 ‘사랑합니다.’ 중에 처음으로 다른 느낌이었다. ⠀나에게 사랑해는 뭘까. 이 세상에서, 이 지구에서, 모든 사람에게 사랑해는 뭘까. 분명히 나는 아끼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누구보다 더 깊이 아끼고 있고.
⠀ ⠀내면의 호감으로 시작하는 사랑은 흔하지 않은 사랑이자 소중함. 겉은 일부고 모든 것을 안아 주며 포용하고 평온하게 있어 주는 것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 또한 일시적이므로 의미 하나하나가 떨어지지 않게 사라지지 않게 잘 써 내려가야 하는 것이고, 각자의 삶이 달랐던 것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서 맞추는 것까지 나아가야 분산되어 있던 우리가 조금은 틈을 메꿀 수 있지 않을까. ⠀한순간의 마음을 의심한다면 거기서부터 어긋나고 항상 사랑은 불을 피우고 타오르기까지만 하는 게 한계에 도달한다. 결국 페이스에 못 따라가 재가 되면 돌아가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불을 피우기만 하고 옅게 타오르고 싶다.
⠀좋아하는 걸 못해서 싫어하게 되는 게 더 슬플까, 싫어하는 걸 잘해서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게 더 슬플까. 그러니까 못하는 게 좋아하는 거라 싫어할 수밖에 없는 게 더 슬플까, 잘하는 게 싫어하는 거라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게 더 슬플까. 뭐가 됐든 무게는 같을 것 같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이를테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처럼. 요즈음 나 말고도 모든 사람들이 바싹 발라가며 주저앉을 때지만, 이럴 때 새로운 생활에 발도 못 들였다는 게 아쉽다는 생각만 든다. 수많은 시작과 시도는 끊었는데 그게 제자리라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재능은 타고나서 치솟을 수 있지만 한계가 있고, 노력은 이길 수 없는 게 없다던데. 노력과 간절함이 이길 수 없는 게 생겼다면 지속되고 있는 이 일상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 ⠀왜 주는 만큼 더 받고 싶은 걸까. 받는 만큼 더 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왜 늘 욕심과 기대가 앞서서 주는 만큼 받고 싶은 마음만 혼자 튀어나오는 걸까. 가끔은 이런 내가 진저리가 날 정도로 경멸스러워진다. ⠀나는 아직 신발장에 앉아서 신발 끈을 다 묶지도 못했는데, 너는 왜 늘 현관 앞에서 나를 다그치고 1층 계단에서 나를 부르고 정류장에서부터 나에게 연락을 하며 재촉했는지. ⠀아니면 나는 너를 땅속 깊이까지 파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자세가 틀어질 때까지 바라봤는데, 너는 왜 여즉 제자리걸음 중인지 모르겠다. 이제 뻐근해져서 나조차도 감당하기 버거울 때 그때 와서는 내 마음을 울렁이게 만든다. 기대하지 못한 손길에 움츠리고 싶은 건지, 그대로 손을 타고 싶은 건지. ⠀나는 어깨가 저리고, 허..

“사랑에 빠질 때는 하늘이 핑크빛, 사랑이 멀어질 때는 하늘이 회색빛,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때는 하늘이 무지갯빛으로 보일 거예요.” 교양 시간에 교수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었다. 나는 그때 새로운 연인과 하루를 시작하며 같이 맞이하면 가능한 일이려나 싶은 의문과 호기심만 가득 찼지만, 아니었다. 사랑에는 많은 종류가 있고 다양한 색이 있는 것처럼 그중에서 나에게 먼저 다가와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게 해 준 건 다름 아닌 짝사랑이었다. 그 사람은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았지만 나에게는 그 이상이었다. 아무리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주변이 정전된 것처럼, 마치 깜깜한 시골 밤에 유일하게 반짝거리는 반딧불이처럼. 이걸 사랑이라 하고, 나 혼자만의 사랑이니 짝사랑이라고 했다. ⠀그 사람은 무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