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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증 과다 섭취

봄에 장미 2020. 8. 21. 04:08


⠀왜 주는 만큼 더 받고 싶은 걸까. 받는 만큼 더 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왜 늘 욕심과 기대가 앞서서 주는 만큼 받고 싶은 마음만 혼자 튀어나오는 걸까. 가끔은 이런 내가 진저리가 날 정도로 경멸스러워진다.

나는 아직 신발장에 앉아서 신발 끈을 다 묶지도 못했는데, 너는 왜 늘 현관 앞에서 나를 다그치고 1층 계단에서 나를 부르고 정류장에서부터 나에게 연락을 하며 재촉했는지.

아니면 나는 너를 땅속 깊이까지 파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자세가 틀어질 때까지 바라봤는데, 너는 왜 여즉 제자리걸음 중인지 모르겠다. 이제 뻐근해져서 나조차도 감당하기 버거울 때 그때 와서는 내 마음을 울렁이게 만든다. 기대하지 못한 손길에 움츠리고 싶은 건지, 그대로 손을 타고 싶은 건지.

나는 어깨가 저리고, 허리는 쑤시고, 골반은 틀어질 대로 틀어져서 대칭이라는 대칭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고정돼서 네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며 몸은 제멋대로 흐트러져 어디서부터 다잡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욕심과 기대가 비례할 때 그리고 너의 사랑이 나에게 온전히 닿을 때. 우리가 비로소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다고 해야 한다. 아니면 너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과 감정을 사랑하는 것 같다. 너에게 줄 수 있는 이 마음을 사랑하는 걸까. 무엇이 진짜인지 감별 안 되게 속인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닌 것처럼.

⠀단지 나는 내 서투른 사랑에 너를 이용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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