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과다 섭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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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는 만큼 더 받고 싶은 걸까. 받는 만큼 더 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왜 늘 욕심과 기대가 앞서서 주는 만큼 받고 싶은 마음만 혼자 튀어나오는 걸까. 가끔은 이런 내가 진저리가 날 정도로 경멸스러워진다.
⠀나는 아직 신발장에 앉아서 신발 끈을 다 묶지도 못했는데, 너는 왜 늘 현관 앞에서 나를 다그치고 1층 계단에서 나를 부르고 정류장에서부터 나에게 연락을 하며 재촉했는지.
⠀아니면 나는 너를 땅속 깊이까지 파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자세가 틀어질 때까지 바라봤는데, 너는 왜 여즉 제자리걸음 중인지 모르겠다. 이제 뻐근해져서 나조차도 감당하기 버거울 때 그때 와서는 내 마음을 울렁이게 만든다. 기대하지 못한 손길에 움츠리고 싶은 건지, 그대로 손을 타고 싶은 건지.
⠀나는 어깨가 저리고, 허리는 쑤시고, 골반은 틀어질 대로 틀어져서 대칭이라는 대칭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고정돼서 네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며 몸은 제멋대로 흐트러져 어디서부터 다잡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욕심과 기대가 비례할 때 그리고 너의 사랑이 나에게 온전히 닿을 때. 우리가 비로소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다고 해야 한다. 아니면 너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과 감정을 사랑하는 것 같다. 너에게 줄 수 있는 이 마음을 사랑하는 걸까. 무엇이 진짜인지 감별 안 되게 속인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닌 것처럼.
⠀단지 나는 내 서투른 사랑에 너를 이용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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