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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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들이 그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불편함일까? 아니면 기본적인 것들을 가지지 못한 게 당연한 것일까? 그 기본적인 것들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은 없을까? 다른 사람들을 향한 열등감은?
⠀시각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보이는 그대로 판단하는 우리이고, 나 자신이다.
⠀’너는 그렇게 생겼으니까 이런 성격일 것 같아. 이런 말을 하고, 이런 목소리를 가졌고, 이러겠지.’
⠀겉모습만 봐도 호감을 살 수 있다는 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축복인 걸까, 아니면 플러스가 되는 요소인 걸까. 그렇지만 말을 뱉는 동시에 비호감을 산다면 모두가 등을 돌릴 텐데. 역으로 된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모두가 시선을 주지도 않을 텐데. 사람뿐만 아니라, 보이는 것들에서부터 전부 시각에 의존하며 지내고 있는 중이다.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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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꼭 감고 어둠 속을 걷는다고 상상해 보자. 당장 만져지는 촉감이 무엇일 수 있을까? 부드러운 재질을 만졌는데 머릿속은 빳빳한 시각을 연상시킬 수 있고, 새소리를 들었는데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종류의 곤충일 수 있고, 향긋한 복숭아 향을 맡았는데 알고 보니 망고를 잡고 있을 수 있는 거고. 우리의 시신경 또한 빛을 찾아 헤매겠지만 깜깜하고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자동적으로 우리의 몸은 다른 감각들에 더 기울인다. 이제 그러면 우리의 외관 또한 겉모습이 아닌 한낱 껍데기인 상태가 되는 거고.
⠀나는 어둠 속에서 그 사람들에게 안내를 받고, 과연 나는 어둠을 나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 사람들을 안내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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