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싸움 본문
거울 속 그림자의 무기력함이 얼마나 큰지 누군가는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모래성을 쌓았을 때,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모래성의 잔해 중, 누구의 것이 많이 무너져 있는지 보면 알 수 있어요. 누군가의 모래성은 덜 무너졌고, 운이 좋으면 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 번씩 굽이치는 파도를 이기는 건 모래성의 작은 창조주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무너질 걸 알면서도 다시 쌓아야 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스스로가 알고 있어요. 도피의 이유는 원인과 결과를 투영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똑똑한 당신을 위해 제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우울 영역을 정합니다. 욕실이나 서재라는 장소도 좋고, 현관문 또는 책상 밑, 의자 등 독립적인 곳과 무언의 행동력을 보여 주는 곳, 되도록 협소한 곳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수첩이나 종이에 지금 겪는 기분과 먹고 싶은 것 등등 써도 상관없습니다. 그것에 연관된 마인드맵이나 그림을 그려 보세요. 채색 후 느껴지는 감정과 소감, 격렬한 감정이면 종이를 찢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한 장을 채운 후에, 우울 영역을 벗어납니다. 익숙해지면 내 감정의 기복, 갈망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무엇에 무기력하며 무엇에 열정적인지, 야외 활동을 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지 알고 행동하는 게 순서에 맞겠죠. 무기력과 외로움은 모래성 싸움입니다. 저도 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패배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 질 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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