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생각을 거치고 말을 고르고 골라서 출력하는 반복들 본문
나는 서현이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하거나 대화를 할 때 하고 싶은 할 말이 있을 때 많은 생각과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나서 하는 말을 듣고 싶어 그 과정에서 네가 많이 차분해지고 텐션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싶어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나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고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걸 더 확고하게 알게 돼. 저 말이 맞는 듯이 나는 생각하는 걸 다 말하지 않고 말을 많이 줄이기도 하며 생각을 줄여서 말을 아예 안 하기도 해. 이 말이 상황에 맞는 말인지, 너무 내 기분이 주장으로 들리지는 않을지, 이런 내 생각을 전달해도 될지. 절반 이상은 깊고 너무 독립심이 강해서 상처받을까 봐. 그중 하나는 최근에 나눈 시시콜콜한 이야기인데.
나는 아무튼 결국에 이 인생에는 나 혼자 남지 않을까.
이런 가치관을 가지게 된 건 어릴 때 혼자 있었던 날이 잦아서 그 기억들만 뚜렷하게 남아서 그런가. 유독 천둥이 크게 치는 날에 울었던 것만 슬펐고. 그렇다고 그때의 상황과 모든 관계를 탓하지는 않아. 그래서 지금의 나도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사람들은 본인을 먼저 생각하고 이기적인 면모를 자주 봤다. 그렇게 닳고 닳을 바에는 내가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들은 보고 싶지 않는 흐름으로 기구해지고 씁쓸해지면 특히 나는 정말 챙김을 받고 싶어... 하는 나약함도 든다. 강한 사람으로 보여서 빈틈이 없어서 챙겨 줄 게 없을 것 같다고 하지만, 일부러라도 흘릴 틈을 만들어 줘서 내가 정신을 놓고 실수가 많아졌을 때 그 실수들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챙김 같은 것. 요즈음 퇴근하고 집 가는 길에 많이 괴롭다. 일하는 게 불안해서 울고, 공부하는 것도 불안해서 울고,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 것만 골라서 할까 자책하며 울고. 그러다 보면 이러한 영원은 없다. 비로소 순간의 불안도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 떠오르면, 집에 도착해서 씻고 누워서 마음의 안정으로 마티를 보는 가을.

정말 물 흐르듯이 잘 지내고 있기는 한데, 가끔은 이렇게 흘러만 가는 내가 기구해져서 그 회의감에 잠식되지 않으려고 또 어떻게든 활동하고 사람들을 마주해. 헤어지고 나서는 얼마나 적적하고 따뜻한 온기가 없어서 기운이 더 빠지는지. 나는 기분이 안 좋거나 속상하며 지내는 일상이 당장 힘들 때 100이 최대라면 150과 200까지 다 차오르고 버틸 수 없어서, 참다가 무심코 가벼운 듯 토로하고는 하는데. 보통은 이 말을 꺼내기까지의 내 무게를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해. 이게 씁쓸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나도 나를 모르는데 이런 걸 몰라준다고 해서 탓할 수 없는 거야. 이래서 지금 나인 거지.